인류의 종말이 다가온 지 4주, 데릴은 절반 가량의 시간 동안 글렌과 함께 잠자리를 가졌지만 이것은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꼬맹이의 머리에서는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지. CDC에서 가져온 샴푸가 다 떨어진 후에도, 그의 머리에서는 여전히 좋은 냄새가 계속 났다. 그뿐 만이 아니라 그의 머리는, 불행하게도 데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름기 조차도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면에서, 그건 분명히 불가능 하단 것이었다. 하루 동안 데릴은 그의 머리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글렌은 단지 좋은 머릿결을 타고난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날 밤, 도로 옆에 있던 그들의 임시 캠프가 소규모의 워커들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데릴은 힐끗 글렌을 쳐다보았다. 글렌은 그의 든든해 보이는 야구방망이를 여자 워커의 두개골에 향해 휘둘렀고 으스러진 두개골의 파편과 선혈이 그의 얼굴을 포함하여 주변에 흩뿌려졌다. 데릴은 으스러진 뇌의 냄새가 단순히 씻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인근 하천에서 머리를 몇 번이고 헹궈봤지만 그 냄새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밤 모든 워커들이 죽고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을 체크하던 때, 그는 냄새를 지우려 했었다. 심지어 그가 거의 스스로를 익사시킬 번 한 후에도 피와 땀냄새가 뒤섞인 악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 날 늦은 밤( 또는, 실질적으로는 아침, 데릴이 말하기로는 ), 태양이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기 전에, 글렌은 여전히 몸을 살짝 떨면서 텐트로 들어왔다. 데릴이 글렌의 목 너머로 그에게 취해 있었을 때, 그 어떤 지독한 냄새도 글렌의 주변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를 다른 방식으로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 대신에 그는 매우 희미한 코코넛이나 바닐라 혹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름의 식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약간 여성스러운 냄새였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냄새는 그의 기분을 꽤 만족스럽게 했다. 상의를 벗고 누워서 마침내 잠든 글렌의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듣는 동안 다른 생각이 데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약간 이상한 생각이었지만, 죽음에 관한 생각도 한달 만에 이미 완전히 되살아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글렌이 여자들의 향수 중 하나를 빌려 그의 머리에 뿌린다는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생각은 그의 머리에 여전히 기름기가 없는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했지만 데릴이 가진 다른 생각이라곤 그 꼬맹이가 빌어먹을 마법사나 아니면 다른 무언 가일지도 모른다라는 것뿐이었다. 단순히 꼬맹이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 망할 질문을 어떻게 바보 멍청이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So Glenn, why does your hair smell so fucking good?
완전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게다가 만약 글렌이 여자들 향수 중 하나를 훔치고 있었다면 그는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해 굉장히 당혹해 할 것이었다. 데릴은 그를 그 현장에서 잡아야만 했다.
마침내 그가 연못에 도달했을 때 그는 셔츠를 벗은 글렌의 등을 보게 되었다. 그는 그의 청바지를 무릎까지 접어 올리고 발목을 연못에 담근 채 서있었다. 그의 야구모자는 연못가에 놓여져 있었고 ( 하느님, 감사합니다. 데릴은 그 빌어먹을 모자를 매우 싫어했다. ) 글렌은 양손으로 그의 머리에 거품을 내고 있었ㅡ
그랬다. 바로 그랬다. 데릴은 언젠가 영화나 어디에선가 한 번 들었던 말을 생각해냈다. ‘ 가장 단순한 것이 답이다. ’ 그는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완전히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 동안, 그는 글렌의 머리 냄새가 좋은 이유에 대한 해답을 완전히 보지 못하고 있었다.
샴푸. 그는 꼬맹이가 그걸 어디서 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손목 아래로 흐르는 풍성한 거품을 보건 데, 그는 분명 꽤 많은 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데릴은 웃음을 참으며 나무 뒤에서 나와 그의 석궁을 연못가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 엄마가 남들과 나눠 쓰는 법을 안 가르쳐주셨나 보지? “
데릴의 목소리에 글렌은 갑자기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뛰어올랐다. 글렌이 몸을 돌렸을 때 데릴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꼬맹이는 마치 과자 통에서 쿠키를 몰래 훔치려다가 잡힌 것 마냥 보였다.
“ 제길, 데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
다소 웃기고 부끄러운 상황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재빨리 그의 머리를 숙이고 그의 머리와 손에 남은 비눗물을 헹궈냈다. 데릴은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더러운 생각에 입이 막혀버렸다. 글렌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건 확실했다.
“ 대체 그것들은 어디서 난 거야? “
글렌이 그의 머리를 다 닦아내었을 때, 데릴은 마침내 간신히 질문을 내뱉었다.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던 글렌이 그의 가방으로 가서 호텔에서 가져 온 샴푸들 중 하나를 데릴에게 던져주었다. 데릴이 라벨을 보았을 때, 그것은 전국에 퍼져있는 모텔 체인들 중 하나였고, 그 모텔의 로고가 아직도 새겨져 있었다.
“ 저희 아버지는 출장을 많이 다니셨어요. “
데릴이 다시 그를 힐끗 바라보았을 때, 글렌은 그의 손을 주머니에 넣고 여전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항상 그런 것들을 가져오셨어요. 아버지께선 한 번도 그걸 사용한 적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항상 그걸 저에게 주셨죠. 오, 제 가방 안엔 아직도 15개는 족히 더 있다구요. “
데릴은 그의 석궁 옆에 셔츠를 벗어놓기 전에 그 샴푸를 다시 던져 돌려주었다.
세상에, 그는 글렌이 좋아하는 것을 봤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 모습은 아무리 많이 봐도 절대 질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다른 것들도 가지고 있냐? “
그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그의 벨트를 푸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물었다.
“ 바디 젤 같은 거요? “
글렌은 즉시 그의 청바지 단추를 잠그며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몇 분 후, 그는 마침내 파란 젤이 들어 있는 작은 통을 찾아내었다.
“ 아무한테도 얘기 안할꺼죠, 그쵸? “
그는 그의 입술을 깨물며 빨리 물었다. 데릴은 연못에 들어가기 전에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그의 청바지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의 따뜻한 피부와 반대되는 차가운 물의 느낌을 즐겼다.
“ 물론이지. 니가 니 머리를 깨끗하게 하고 싶다면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사실 말하지 않는 편이 나에게 더 좋기도 하고. “
그는 그의 얼굴에 재빨리 물을 끼얹고 그의 수염에 남은 지저분한 것들을 문질러 씻는데 열중했다. 그가 다시 글렌을 돌아봤을 때, 글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데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의 엄마는 상대방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 또한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것 같았다.
“ 계속 그렇게 멍청하게 쳐다보기만 할거야, 아니면 그걸 내가 쓰게 해줄 거야? “
그제서야 글렌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마침내 그의 청바지를 벗었다. 그가 물 안으로 들어올 무렵 그는 데릴보다 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상에, 그는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니었다.
“ 이걸로 약속한 거에요. “
그가 말했다. 데릴은 대답 대신 눈썹 한쪽을 올려 보였다. 글렌은 연못가로 통을 다시 던지기 전에 자신의 손에 파란 젤을 어느 정도 짜냈다. 글렌의 손이 그의 어깨에서부터 내려오기 시작했고 그는 손이 점차 아래로 향할수록 자신의 호흡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며 눈을 감았다.
데릴은 순간 그가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해냈다. 그는 어떤 의학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드라마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것은 ‘ 오컴의 면도날 ’ 이라는 이론이었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특별한 순간에는.
그들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캠프로 돌아왔다. 그는 그의 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으로부터 웃음을 감춰야만 했다. 아무도 글렌의 말끔한 머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모두가 CDC 이후로 데릴 딕슨이 이렇게 깨끗한 건 처음이라는 그 사실에 집중했다. 그의 머리는 더 이상 기름기로 떡져있지 않았다. 더러운 그의 얼굴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피부는 눈에 띄게 깨끗했다. 그가 불가에 앉았을 때 그는 심지어 데일이 자신의 냄새를 맡고는 ‘ 신선한 산 내음’ ( 그게 어떤 의미인지던 간에 ) 이라며 작게 콧방귀를 뀌는 것을 들었다. 그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무시하며, 불 너머에 앉아있는 글렌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에 대한 반응으로 글렌은 기침을 하는 척 했다. 데릴은 다시 웃음지었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시선 속에서 그는 웃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것은 확실히 지킬 가치가 있는 비밀이었다.